스쿠터·바이크

[트렌드]스쿠터 여심을 사로잡다

즐거운 츄리닝 2009. 5. 17. 23:11

[트렌드]스쿠터 여심을 사로잡다

2007 10/30   뉴스메이커 747호

이동성 뛰어나 전문직에 큰 인기… 외관 예쁘게 단장 ‘드레스업’ 유행

여대생들이 서울 남산 유스호스텔에서 스쿠터 행진을 벌이고 있다.
매일 저녁 서울 남산 중턱에 있는 백범 김구 광장에 가면 진기한 장면을 볼 수 있다. 공영
주차장을 메우고 있는 스쿠터의 행렬이다. 저녁 7시부터 모이기 시작해 저녁 9시가 가까워져 오자 스쿠터가 40~50여 대로 늘어났다. 동호회 모임에 참가하기 위해서, 혹은 개인적으로 라이딩을 하기 위해서 스쿠터족이 모이는 것이다. 각양각색의 스쿠터는 잠시 후 라이딩을 하기 위해 전조등을 켜고 출발한다. 스쿠터족이 매일 밤 떠나는 장소는 양평, 오이도, 월미도, 북한산성, 남한산성, 팔당댐 등 다양하다. 심지어 강원도 속초까지 가는 경우도 있다.

이곳을 관리하는 공영주차장 관리자는 “주말이면 주차장을 가득 메우는데, 보통 100여 대가 넘는다”면서 “2년 전부터 이곳에 스쿠터족이 모이기 시작한 것 같다”고 설명한다. 지난 17일 수요일 저녁 ‘바이크 보이즈’ 동호회 모임에 참가하기 위해 이곳을 찾은 여성 스쿠터족 위승영씨(사진작가)는 “스쿠터를 타기 시작한 지 1개월 정도밖에 안 됐지만 무척 좋다”면서 “처음에는 출·퇴근용으로만 사용했는데, 지금은 밤에 나와서 라이딩을 즐기기도 한다”며 웃는다.

동호회 여성회원 비율도 급증

스쿠터가 여심을 사로잡고 있다. ‘바이크 보이즈’의 한 회원에 따르면 “예전에는 동호회원이 대부분 남성이었는데, 언제부턴가 여성들이 많이 들어오기 시작했다”면서 “지금은 10명당 2명 정도가 여성 회원이다”라고 설명한다. 회원이 1만 명 정도 되는 ‘베스파클럽’의 양흥국 대표도 “지난해부터 여성의 비율이 갑자기 높아졌다”면서 “우리 동호회원 중 30% 정도는 여성”이라고 말한다. 또한 “스쿠터앤젤 같은 동호회에는 젊은 여성이 유독 많다”고 덧붙인다.

온라인 쇼핑몰 옥션은 올해 상반기(1~6월) 스쿠터 판매 현황을 조사한 결과 구매자의 37%가 20대 여성이라고 발표했다. 2005년 상반기에 15%, 2006년 상반기에 28%였던 것에 비하면 많이 늘어난 셈이다. 스쿠터는 약 2년 전부터 여성들의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작고 귀여운 50cc급 스쿠터가 인기였지만, 요즘에는 250cc 이상의 스쿠터를 타고 다니는 여성도 늘고 있다. 50cc급 스쿠터를 구입했다가 속도에 불만이 생겨 엔진 성능을 올리는 튜닝을 하는 여성도 많이 생기고 있다. 그만큼 여성들도 속도를 즐기기 시작한다는 증거다.

어떤 복장을 입고 타도 어울려

스쿠터가 여성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조작방법이 간단하기 때문이다. 흔히 “땡기면 간다”라는 말처럼
클러치 조작 없이 손으로 액셀을 당기면 출발하기 때문이다. 다만 베스파 기종처럼 몇몇 스쿠터는 클러치 조작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유지비 역시 자동차와 비교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저렴하다. 50cc 스쿠터의 경우 1ℓ당 40~50㎞를 달릴 수 있다. 출퇴근을 하고 일 때문에 여기저기 돌아다녀도 1개월에 5만 원 정도의 기름만 넣으면 충분하다는 이야기다. 또한 50cc 미만(흔히 50cc급 스쿠터는 보통 49cc로 나온다)의 스쿠터는 번호판을 달 필요가 없으므로 대부분 패션번호판을 달고 다닌다. 여성 스쿠터족 사이에서는 스쿠터의 외양을 예쁘게 만드는 ‘드레스업’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스쿠터가
디자이너나 사진작가 등 전문직 여성에게 유독 인기를 끄는 이유는 이동성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대중교통이나 자가용을 타고 다니면서 일할 때는 하루에 1~2곳밖에 다니지 못하지만, 스쿠터를 이용하면 4~5곳을 다닐 수 있기 때문이다. 짐이 있어도 뒤에 싣고 다닐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그리고 복장에 그다지 구애받지 않다는 것도 스쿠터의 매력이다.

하지만 장점이 아무리 많아도 사고의 위험성이 있다는 것은 가장 큰 단점이다. 속도를 제대로 내지 못하는 경우, 또한 여성이라는 이유로 욕을 하는
운전자도 가끔씩 만난다. 차량의 흐름을 쫓아가지 못하면 뒤에서 ‘빵빵’ 경적을 울리면서 무섭게 따라오는 운전자 때문에
가슴이 철렁할 때도 많다. 특히 시내버스에서 나오는 매연은 스쿠터족이 가장 싫어하는 것이다.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스쿠터족 스스로 방어운전을 해야 한다.

바람이 시원한 가을은 스쿠터족이 가장 좋아하는 계절이다. 여심을 사로잡은 스쿠터의 무한질주는 계속될 것이다.

<최영진 기자 cyj@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