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폭주족과 배달로 치부되는 스쿠터의 시대는 지났다. 패션을 주도하는 하나의 문화로, 뛰어난 연비로 절약을 실천하는 지킴이로 새로이 모습을 드러낸 스쿠터에 눈길을 돌려보자. 초보자를 위한 스쿠터 가이드 따라잡기.
심의 꽉 막힌 도로를 유유히 지나가는 모습. 북적되는 압구정과 홍대 젊음의 거리를 활보하는 컬러풀한 패션 스쿠터를 보는 일은 이제 더 이상 낯설지 않다. 당장 스쿠터를 구입할 계획이 없더라도 스쿠터계의 패셔니스타로 불리는 ‘비노’, ‘줌머’, ‘베스파’라는 이름들은 지나가다 한 번 쯤 들어봤음직도 하다. 패셔너블한 문화에 관심을 둔 젊은층을 중심으로 ‘클래식 스쿠터’라는 이름의 스쿠터 문화가 탄생하기 시작한 것은 불과 몇 년 전부터다. 그전까지 어디까지나 ‘배달용’이라는 인식을 벗어나지 못했던 스쿠터는 이젠 승용차를 대신할 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했고, 각 파츠(parts)의 드레스 업(dress-up)을 통해 저마다의 개성을 표현하는 최고의 수단이 되고 있다.
초보 라이더에게 더없이 친절하다스쿠터는 기어 변속이 필요 없는 기종을 칭하며, 스로틀(오른쪽 그립 부)을 가볍게 비틀어 주면 출발과 가속이 가능해, 초보자들에게 접근의 문턱이 가장 낮은 입문 기종이다. 또 시트 높이도 낮은 편이라 저배기량 스쿠터의 경우에는 여성들도 운전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 브레이크 조작도 자전거와 마찬가지로 왼쪽 레버는 뒷바퀴의 제동을, 오른쪽 레버는 앞바퀴의 제동을 맡고 있어 두 손만으로 운전이 가능한 형태다. 다만 두 바퀴가 가진 불안전성 때문에 정차 시에는 두 발이 지상과 맞닿아 있어야 하는 특징이 있다.
스쿠터는 이동 수단의 목적이 크기 때문에 수납 공간이 여유 있는 것도 장점이다. 출퇴근과 통학을 위한 직장인, 학생들에게는 이 점이 특히 반갑다. 거추장스러운 짐들에 대한 걱정을 접어둘 수 있기 때문이다. 커다란 헬멧, 잔뜩 부풀린 가방, 무거운 서적들을 모두 시트 밑 트렁크에 여유롭게 수납할 수 있으니, 몸만 가볍게 스쿠터에 올라타 목적지로 출발하면 된다.
작고 귀여운 50㏄에서 세련미의 800㏄까지스쿠터라고 하면 왠지 아담한 사이즈의 형형색색 모델만을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스쿠터에도 엄연히 계급(?) 차이가 있다. 크게 배기량과 디자인에 따라 나뉘는데, 125㏄ 이하로 콤팩트한 사이즈의 스쿠터가 있는 반면, 배기량이 125㏄ 이상으로 거대한 몸집을 가진 스쿠터도 있다. 이런 기종은 2인 승차를 위해 시트도 널찍하게 자리해 ‘빅(Big)스쿠터’로 불린다. 저배기량 스쿠터의 경우 날렵한 디자인에 맞게 도심의 팍팍한 도로 위에서 그 위력을 발휘한다. 반면 빅스쿠터의 경우에는 도심 보다는 교외로 떠났을 때 그 진가가 돋보인다. 널찍한 트렁크와 기어 변속이 없는 운전의 편의성, 2인 승차의 편안함은 장거리 투어에도 손색이 없다.
일반적인 디자인의 반전을 꾀하는 스쿠터 기종도 있다. 바이크는 무조건 두 바퀴여야 한다는 편견을 깨버리는 세 바퀴 스쿠터다. 두 바퀴에 비해 안정감에 대한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 가장 큰 특징. 혼다의 GYRO-X, PIAGGIO사의 MP3 등과 같이 디자인적인 부분에 있어서도 스페셜한 소장가치가 있어 보는 이들의 시선을 끄는 데도 한몫 한다. 여기에 클래식함과 빈티지함을 자랑하는 스쿠터(Motor)와 자전거(Pedal)의 중간 형태라고 볼 수 있는 모페드(Moped) 기종도 있다. 페달이 달려 있어 언뜻 보면 자전거라고 착각하게 만드는 디자인이지만 시동을 걸어주면 스쿠터로 변신하는 모페드는 아날로그적인 모습으로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해 많은 이들의 향수를 불러오며 다시금 인기를 끌고 있다.
50㏄ 미만도 면허는 필수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50㏄ 미만의 스쿠터는 면허 없이도 탈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동력이 있는 모든 원동기는 반드시 면허증이 있어야 운행할 수 있다. 현행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125㏄ 미만 기종의 경우 자동차 면허를 소지하고 있다면 다른 절차 없이 운행이 가능하다. 하지만 그 이상이라면 이륜차 면허를 취득해야만 한다. 125㏄ 미만의 경우 자동차 면허가 없다면 ‘원동기 면허’를, 125㏄ 이상은 ‘2종 소형면허’를 취득해야만 배기량에 맞는 기종을 운행할 수 있다. 한편 50㏄ 미만 기종의 경우 따로 이륜차 등록의 의무가 없다. 즉 번호판이 없어도 도로 주행이 가능하다는 뜻. 스쿠터를 구입하려는 사람들에게 가장 매력적인 요소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역으로 생각해보면 법적인 효력이 없어 도난의 위험에 항시 노출되어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또 대다수의 운전자들이 의무조항이 아닌 보험에 가입하지 않는 경우도 많은데, 이 역시 만약의 사고를 생각해서라도 책임보험에 꼭 가입에 자신의 안전을 스스로 방어하는 것이 좋다.
스쿠터 구입도 인터넷? 분별력 길러야인터넷 쇼핑이 대세가 된 요즘, 스쿠터도 예외는 아니다. 타보지도 않고 어떻게 고가의 스쿠터를 구입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겠지만, 실제로 각 모터사이클 브랜드의 공식 대리점으로 바이크 포털 사이트와 오프라인 숍을 운영하고 있는 ‘바이킹 넷(www.bikeing.net)’의 구매 실태를 보면 의문이 해결된다.
온라인 구매 비율과 오프라인의 구매 비율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거리가 먼 지방에서는 온라인 주문의 비율이 만만치 않다. 이는 실제로 많은 수의 예비 라이더들이 모터사이클 전문 매거진을 통해서 정보를 얻기도 하지만, 인터넷을 통해 필요한 정보를 얻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런 성향이 곧바로 인터넷 구매로 연결된다는 것.
하지만 여기서 초보자들이 가장 많이 범하는 실수의 포인트가 숨겨져 있다. 스쿠터는 한 번 구입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특히 최근 들어 급격히 늘어난 클래식 스쿠터의 수요는 겉모습만 번지르르하고 속빈 강정과도 같은 중국산 ‘짝퉁’ 모델들을 쏟아내게 만들었다. 스쿠터 구입 시 반드시 알아봐야 할 사항에 원산지 확인이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또한 품질 보증이 되는 정식 판매업체에서 믿을 만한 브랜드의 상품을 구입해야 한다. 운행 중 발생하기 마련인 고장 시 애프터서비스나 부품 수급을 생각하자면 조금 더 값을 치르더라도 정식 판매업체를 통해 구입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