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순대 고수’들이 모여있는 ‘신림동 순대타운’

즐거운 츄리닝 2010. 10. 26. 11:18

출처: http://media.daum.net/culture/view.html?cateid=1026&newsid=20101026093406400&p=ilgansports

 

일간스포츠 | 이상은 | 입력 2010.10.26 09:34

 

 

 

 

신림동엔 유명한 게 세 가지 있다. 서울대, 관악산 그리고'순대타운'이다. 신림동 순대타운은 특히'백순대'로 알려졌다. 빨간 양념을 넣지 않고 볶아'백순대'라고 부른다. 들어가는 양념은 소금· 들깨가루·참기름 정도다. 그래서 맵지 않고 부드러운 맛이 난다. 이 신림동 백순대의 맛을 제대로 느끼고 싶다면 '원조민속순대타운'에 가면 된다. 1992년 들어선 이 순대타운은, 70년대 후반 신림동 재래시장에서 시작한 백순대의 맛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처음 가면 '어디가 어딘지'살짝 정신없는 순대타운, 들어가도 후회하지 않을만한 맛있는 집들을 소개한다.

◆1.또순이순대

"장사가 잘 돼서 조금씩조금씩 자리를 넓혀 가다보니 어느새 1층 전체를 다 샀지."'또순이순대'는 원조민속순대타운 1층 전체를 차지하고 있다. 원조민속순대타운이 생겼을 땐 1층에 있는 집들 중 하나였다. 그런데 점점 손님이 넘쳐 자리가 부족해 옆 가게들을 하나 둘 사들였다. 2000년 마침내 1층 전체가'또순이 순대'가 됐다. 가게는 변함없이 바글바글하다. 1층이라 자리가 좋기도 하지만 다른 이유도 있다. 요즘 손님들 입맛을 연구하기 위해, 손님이 남긴 음식을 먹어보는 수고도 기꺼이 한다. 백순대 1인분에 7000원. 02-884-7565.

◆2. 전주·익산(306호)

'전주·익산'을 찾았을 때 서점례(56)사장은 고추를 다듬고 있었다. 모양은 울퉁불퉁하지만'무공해 고추'였다. '전주·익산'의 서 사장은 고추·깻잎·대파를 직접 키워서 쓴다. "경기도 광명에 밭을 가지고 있어. 오늘 아침에 밭에 가서 따온 고추야."처음엔 '전주·익산·'하나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같은 층'낙원'과 '장터'도 함께 운영한다. '전주·익산'을 찾는 손님들이 점점 불어났기 때문. 손수 키운 신선한 재료를 써 양을 푸짐하게 주는 것이 비결이다. 백순대를 시키면 양념장을 항아리에 담아주는데, 양념장 맛도 깔끔하다. 백순대 1인분에 6000원(3층과 4층에 있는 집들 모두 같은 가격).02-872-0763.

◆3.미자집(318호)

"우리 집은 조미료를 아예 안 넣어요."어머니의 뒤를 이어 '미자집'을 운영하고 있는 우영제(34)사장이 말한다. 물려받은 지 아직 4년밖에 안 됐지만 조미료를 넣지 않는다는 고집만큼은 확실하다. 순대타운에선 유일하게 젊은 꽃미남 사장이라 여고생 손님들이 많이 찾는다. 02-884-5065.

◆4. 별장(311호)

"난 재래시장에서부터 했어. 처음엔 연탄불에 순대를 볶았어."이금만(65)사장은 오랜 손맛에서 우러나오는 자신감을 보인다. 서비스로 주는 식혜도 매일 만들기 때문에 방부제를 넣지 않는다고 한다. "엿기름을 많이 넣어서 식혜가 달아. 우리 집은 포장해가는 손님들도 다 사이다나 콜라 말고 식혜를 달라고 해."02-883-6103.

◆5. 해남(305호)

"너는 손님, 나는 주인이라는 개념을 깨고 친구처럼 대하는 거지. 똑같은 재료 갖고도 가족처럼 대해주는 게 우리 집 특징이야. 짠지 싱거운지 물어보면서 손님마다 간도 다 다르게 맞춰주고."'해남'공정임(56)사장은 단골이 많은 비결을 '친근함'과 '맞춤형 서비스'라고 말한다. 02-882-6296.

◆6. 흥부(304호)

조미료를 적게 넣어 맛이 깔끔하다. 정영림(63)사장은 "30년째 순대볶음을 해왔기 때문에 자신 있다"고 말한다. 884-3244.

◆7.순창(303호)

깨끗한 앞치마에서부터 배려가 느껴진다. 선물로 반짓고리와 휴대용 티슈도 준다. 02-874-1430.

◆8.딸부자(310호)

원조민속순대타운 3층에 있는 집들은 직접 만든 식혜를 무제한으로 준다.'딸부자'에선 살얼음이 동동 뜬 살짝 얼린 식혜를 준다. 02-887-9419.

◆9.여수집(301호)

백순대볶음을 시키면 순대 간을 서비스로 준다. 큼지막한 깻잎도 계속 리필해준다. 02-885-3011.

◆10. 시네마(401호)

"오징어와 버섯이 많이 들어있어서 좋아요."원조민속순대타운 4층 '시네마'. 백순대를 먹고 있던 김이슬(20)씨 일행이 말한다. '시네마'에선 순대에 오징어와 새송이버섯을 함께 넣고 볶아준다. 사이다, 콜라 등 탄산음료도 무제한 리필해 준다. 02-886-7630.

◆11. 맛내리(408호)

다섯 번 오면 1인분이 무료다. 쿠폰 다섯 장을 잘 모아두면 된다. 최정희(76)할머니의 뒤를 이어 딸 송연석(49)사장이 운영한다.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의 손맛을 배워, 옛날 맛을 지키고 있다. 02-873-9637.

◆12. 학사(409호)

순대볶음 뿐 아니라 '오징어볶음'이라는 메뉴도 있다. 오징어에 떡과 쫄면을 넣고 볶아주는데 순대볶음 못지않은 인기메뉴다. 1인분에 6000원. 02-884-7086.

◆13. 대왕 제일(410호)

19년간 한 자리에서 순대를 볶아왔다. 단골손님 송명숙(54·신림동)씨는 "이집 순대는 간도 잘 맞고 청양고추를 넣어 느끼하지 않다"고 말한다. 이어 "한 번 먹어봐" 라는 말과 함께 깻잎에 싸서 입에 넣어준다. 조미료를 많이 넣지 않아, 짜지 않으면서 담백한 맛이 느껴진다. 02-888-9785.

◆14.한울타리(403호)

꼬들꼬들하게 볶아내는 당면이 맛있다. 단골손님들에겐 라면도 끓여준다. 02-888-1420.

◆15.이어도(416호)

양념장에 들깨가루를 듬뿍 넣어줘 고소한 맛이 난다. 양도 푸짐하다. 02-875-6153.

◆16.왕후곱창순대

2층 전체를 차지하고 있다. 치킨 먹을 때나 먹을 수 있는 무를 서비스로 준다. 가격은 1층 또순이 순대와 같이 백순대 1인분에 7000원. 02-871-7817.

◆신림동 백순대는 어떻게 탄생했을까

시작은 70년대 후반 신림동 재래시장에서였다. 지금과 달리, 순대와 내장만 철판 위에 구워줬다. 또 지금처럼 개인 철판에 준 것이 아니라 큰 철판 하나에 굽다가 귀퉁이에 밀어주면 각자 돈을 낸 만큼 먹는 식이었다. '또순이 순대'정인자(56) 사장은 "당시엔 손님들이 순대를 200원, 300원 어치 씩 달라고 했다"고 말한다. 정 사장은 1980년부터 시장에서 순대를 팔았지만 시장엔 이미 4개의 순대가게가 있어 장사가 잘 안 됐다. 고민하다 깻잎·대파·마늘을 넣고 볶아봤다. 채소 덕분에 순대냄새가 나지 않자 손님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장사가 잘 되자 근처 생선가게, 채소가게도 다 순대가게로 ·바뀌었다.

92년 재래시장의 순대가게들은'원조민속순대타운'건물로 모두 이사를 했다. 68개의 순대가게 사장들이 자리를 정하기 위해 제비뽑기를 했다. 형사 입회까지 했었다. 그때의 제비뽑기로 지금의 자리가 정해졌다. 백순대는 원래 소금에 찍어먹었지만 손님들이 "양념장도 있으면 좋겠다"고 말해 양념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양념장을 아예 넣고 볶는'양념순대'도 나왔다. 정 사장은 "30년 전엔 백순대가 인기, 25년 전 양념순대를 개발하고는 양념순대가 인기였다"며 "그러다 3~4년 전부턴 손님들이 다시 백순대를 찾는데 옛날 배고픈 시절 맛있게 먹던 향수 때문인 것같다"고 말했다.

◆신림동 순대타운 찾아가기

지하철 2호선 신림역 3번 출구로 나와서 30m정도 걸어 올라가면 "순대타운가는길"이라는 안내표지가 있다. 안내표지를 따라 70m정도 걸어가면 오른쪽에 순대타운이 있다.

버스 5413, 5516, 5519, 5522A, 5522B, 5523, 5525, 5528, 5530, 5535, 5614, 6512, 6513 6514 를 타고 신림사거리역에서 내리면 된다.

글·사진=이상은 기자 [coolj8@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