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뚜껑집' 모둠구이·부대찌개

즐거운 츄리닝 2010. 8. 31. 18:34

출처: http://travel.chosun.com/site/data/html_dir/2010/03/10/2010031001417.html?Dep0=chosunnews&Dep1=related&Dep2=related_all

 

입력 : 2010.03.10 16:20 / 수정 : 2010.03.11 08:26

 

 

주인 누님 카리스마에 소시지도 '차렷'

당부의 말씀 하나. 우선 깔끔한 인테리어와 청결도가 외식 선택의 으뜸 기준이라면 더이상의 독해는 무의미하다. 하지만 식당은 허름하고 투박해도 맛이 더 중요하다는 당신이라면 서대문 경찰청 뒤편 '뚜껑집'을 추천한다. 한 자리에서 27년째 모둠구이(베이컨·소시지·스테이크)와 부대찌개를 끓여내고 있는 이 동네 터줏대감이다.

우선 뚜껑집의 매력은 철판에 올린 모둠의 질서정연함. '부대'찌개집이니만큼 군대 용어를 빌리자면, 오(伍)와 열(列)을 맞춰 정연하게 자리를 잡고 있는 베이컨·소시지·스테이크의 배열이 예술이다. 함께 놓은 양파와 감자까지 군기가 잡혀 있다. 두 번째 매력은 이 집을 운영 중인 할머니 세 자매의 카리스마. 육두문자 휘날리는 욕쟁이 할머니집 계열은 아니지만, 첫인상은 무뚝뚝함 혹은 카리스마. 그러나 낯이 좀 익으면 친손자 대하듯 "이거 먹어라, 이걸 찍어 먹어야 맛있다"고 재바르게 참견한다. 따라서 툭하면 뚜껑 열려 "언제 봤다고 반말이냐" 울컥하는 스타일이라면, 출입을 재고해주시기를. 주인장 할머니의 이름은 허희진(68)씨. 목욕 다녀와 덜 마른 머리를 보자기로 감은 채 "우리 세대 이름치고는 예쁘지 않느냐"며 자찬이다. 말이 거의 없어 '침묵의 카리스마'로 불리는 큰언니가 옆으로 와 한마디 툭 던진다. "밥 위에 베이컨 얹고, 김치 한 조각 올려놓고 먹어봐." 밥 한 공기가 순식간이다.

조선영상미디어 유창우 기자 canyou@chosun.com

점심 메뉴는 부대찌개와 존슨탕(부대찌개+쇠고기)만 주문받고, 저녁에는 모둠구이도 먹을 수 있다.

메뉴는 이렇듯 단출하지만, 이 단출한 메뉴를 먹는 방법은 다양한 변주가 가능하다. 일단 스테이크는 미디엄으로 구워 스테이크 소스에 찍어 먹고, 짠물을 뺀 소시지와 베이컨은 데우기만 해서 겨자 소스에 찍어 먹는다는 것이 다수설. 하지만 '큰언니'가 개발한 방식대로 밥·베이컨·김치 조합이나 밥·소시지 조합, 혹은 김치까지 구워 먹는 '40대 한국아저씨 스타일'의 조합도 가능하다. 할머니들에게 사랑받지 못하는 또 하나의 변주가 있다. 적당량을 구워 먹은 뒤 절반쯤 남았을 때 공깃밥을 시켜 김치까지 넣고 볶음밥을 만드는 방식이다. 부대찌개를 추가로 시키지 않는 경우가 잦기 때문에 할머니가 투덜거리지만, 이 역시 놓칠 수 없는 맛이다. 부대찌개는 걸쭉하기보다 칼칼하고 담백하다.

벽에 건 차림표에는 스테이크 호주산, 베이컨과 소시지는 미국산, 햄은 덴마크산이라고 적혀 있다. 의무사항인 소고기 원산지 외에 햄 등 다른 것까지 적어 놓은 이유를 묻자 스타카토 발음으로 "최고 좋은 제품만 쓴다는 프라이드"라고 짧게 답했다.

부대찌개는 5000원(공깃밥 포함), 라면 사리 1000원, 공깃밥 추가는 1000원씩. 모둠구이는 스테이크·소시지·베이컨 각 8000원. 부대찌개에 스테이크를 넣은 존슨탕은 1만1000원. 평상에 놓인 상 8개와 의자를 놓은 테이블 3개가 전부다. 토요일 저녁과 일요일은 쉰다. 주차 절대 불가. 인근 유료 주차장(30분 2000원)을 이용해야 한다. (02)392-0405

맛 ★★★☆     분위기 ★★

서비스 ★★★  만족도 ★★★☆

(별 다섯 개 만점)

 

[어수웅 기자 jan10@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