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입맛 꽂혔네, 양꼬치

즐거운 츄리닝 2010. 8. 31. 18:20

출처: http://news.naver.com/main/hotissue/read.nhn?mid=hot&sid1=103&gid=311586&cid=307176&iid=208068&oid=025&aid=0002093955&ptype=011

 

중앙일보신문에 게재되었으며 E18면의 TOP기사입니다.E18면신문에 게재되었으며 E18면의 TOP기사입니다.| 기사입력 2010-08-31 00:08 기사원문

 

[중앙일보 이정봉.김상선] 이제 양고기 꼬치는 중국동포들이 먹는 이국적 음식이 아니다. 젊은이들 사이에 간식용으로 닭꼬치만큼이나 인기 있는 게 양꼬치다. 서울 건대입구역 주변, 신천역, 서울대입구역 주변 등 젊은이들이 몰리는 거리에 양꼬치 골목이 생겼을 정도다.

아직도 약간은 어색한 양고기 꼬치를 찾아나서 봤다. 맛은 어떤지, 어떻게 먹는 것인지, 누가 먹는 것인지 말이다. 한데 먹어보니 의외로 별미로 먹을 만했다.

글=이정봉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sskim@joongang.co.kr>

누린내? 걱정 마시라, 고기가 틀리다

서울 광진구 자양동 '양꼬치거리'. 지하철 2호선 건대입구역 5번 출구에서 청담대교 쪽으로 200m쯤 가면 '아리랑양꼬치'부터 '복성양꼬치'까지 20여 가게가 500m 거리에 밀집해 있다. 저녁 무렵이면 거리 초입부터 향신료의 알싸한 향과 숯불에 굽는 고기 냄새가 진동한다. 꼬치를 뜻하는 '串'자가 들어간 간판을 내건 가게가 한 집 건너 한 집 정도라 해도 무방할 정도다.

'경성양꼬치'에 들어갔다. 9년 전 가장 먼저 이 거리에서 양꼬치 가게를 연 곳이다. “양고기는 누린내가 난다는 얘기가 있다”며 주인 이학범(46)씨에게 말을 건넸다. 그는 “사정을 모르는 사람의 편견일 뿐”이라며 손사래를 쳤다. 그는 “예전에 한국에 들어오던 양은 거의 '머턴(mutton)'이었다”며 “하지만 요즘 쓰는 양은 호주산 '램(lamb)'”이라고 말했다. 머턴은 태어난 지 1년이 넘은 양을 말한다. 다 자란 양인 머턴은 고기가 질기고 특유의 냄새가 짙다. 그래서 소와 돼지에 익숙한 한국인들의 입맛을 끌지 못했다. 하지만 요즘 양꼬치 가게들이 쓰는 고기는 생후 1년이 안 된 어린 양이라고 했다. 고기가 비교적 부드럽고 냄새가 덜하다. 양꼬치 가게들은 성동구 마장동, 금천구 독산동 우시장이나 호주산 양고기 수입업체에서 고기를 받아 쓴다. 이씨가 “먹고 확인하라”며 숯불에 구운 꼬치를 내밀었다. 양은 양인지라 특유의 향이 나긴 했지만 '누린내'는 확실히 잡은 것 같다. 별미라고 하는 편이 어울릴 듯했다.

그래도 잡냄새가? 향신료 쯔란이 있다

양의 잡냄새를 잡는 데는 또 다른 비법이 있다. 바로 '쯔란'이다. 양고기는 원래 중국 신강성 위구르족·카자흐족이나 몽골인 등 유목민족이 즐겨먹는 음식이다. 이들이 양고기와 함께 곁들여 먹은 것이 쯔란이다. 도정하지 않은 곡식처럼 생겼는데 향이 짙은 향신료다. 중국 신강성 등 북부지역에서 나는 풀의 씨앗이다. 향은 박하와 고수를 섞어놓은 듯했다. 향을 즐기지 않는 이상 양꼬치에 쯔란만 뿌려 먹기에는 너무 짙다. 자양동 명봉화과점 주인 오명욱(43)씨는 “양꼬치를 찍어먹는 양념은 쯔란에 한국인이 좋아하는 고추·들깨·참깨 가루 등을 섞어 내놓는다”고 말했다. 양의 냄새는 없애면서도 향신료의 향도 강하지 않은 접점을 찾은 것이다. 누가 가장 먼저 개발했는지 모르지만 다녀본 양꼬치 가게들은 모두 이와 비슷한 양념을 썼다. 양꼬치를 찍어먹으면 잘 어울린다. 가게에 따라 양파·대파로 즙을 내고 고기를 재워 냄새를 줄이기도 한다.


입소문 10여 년, 손님들 꼬리 잇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양꼬치 가게에서 만난 손님들은 대부분 대학생·회사원으로 보이는 젊은 층이었다. 가끔 중국동포로 보이는 이들이 눈에 띄었다. 잠실동 동북양꼬치 주인 이미나(47)씨는 “요즘 손님 중 중국동포는 10명 중 한두 명에 불과하다”고 했다. 경성양꼬치 주인 이씨에 따르면 “2000년대 초반에는 동포 손님이 대부분”이었다고 했다. 그러다 중국에서 공부하고 왔다는 손님들이 찾기 시작하더니 3~4년 전부터는 동포도 유학생도 아닌 일반인들이 드나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는 “그때부터 중국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이 양꼬치를 먹으러 오고, 이들이 친구들을 데리고 오면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중국 여행이 보편화된 시기와 맞물린다. 그러다 2008년 광우병 논란이 양고기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서울의 양꼬치 골목

옹기종기 모인 가게들, 모락모락 숯불 연기의 유혹

서울 건대입구역 주변
90년대 후반부터 성동구 성수동 공장에서 일하는 중국동포들이 방값이 싼 자양동 일대에 모여들었다. 자연스럽게 이들을 대상으로 한 양꼬치집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2001년 '경성양꼬치'가 생겼고, 이후 송화양꼬치·매화반점 등이 문을 열었다. 이 세 곳이 터줏대감이다. 2~3년 전부터는 가리봉시장이 재개발에 들어간다는 얘기가 돌면서 이주한 양꼬치 가게가 많아졌다. 건국대학교와 가깝고 교통이 편리한 데다 양꼬치 가게가 '대박'을 내고 있다는 소식이 동포사회에 전해지자 2년 사이 양꼬치 가게를 비롯한 중국음식점이 빽빽하게 들어찼다.

'경성양꼬치'와 '명봉화과점'이 맛집으로 꼽힌다. '경성양꼬치'는 친지들이 비법을 전수받고 같은 이름을 단 양꼬치 가게를 서울 구석구석에 열었다. 현재 '경성양꼬치'라는 간판을 건 곳만 30여 군데에 이를 정도. 양의 앞다리 어깨부위 살을 두툼하게 내놓는 경성갈비가 3대 2만원, 양꼬치 10개 8000원. 명봉화과점은 양꼬치(10개 8000원)와 함께 양고기 샤부샤부(3만원)와 각종 중국요리도 맛볼 수 있다.

신천역 주변 3~4년 새 새로 생긴 양꼬치 밀집지역이다. 지하철 2호선 신천역 3번 출구 뒤편 먹자골목 안쪽에 7개의 양꼬치 가게가 흩어져 있다. 근처에 일터가 있는 직장인이 주요 고객이다. 먹자골목에서 살아남은 가게답게 다양한 메뉴와 소스를 선보인다. 가격은 다른 곳에 비해 1000원 정도 비싼 편이다.

'동북양꼬치'와 '동대문양육관점'이 잘 알려져 있다. 동북양꼬치는 쯔란과 고추·들깨 가루 등을 버무린 양념 외에 칠리 소스도 내놓는다. 양꼬치가 10개 9000원, 고급양갈비가 1만5000원. 동대문양육관점은 동대문에 있는 1호점에 이어 이곳에도 문을 열었다. 양꼬치(10개 9000원)와 양고기 샤부샤부(3만5000원)가 대표 메뉴.

서울대입구역 주변 지하철 2호선 서울대입구역 2번 출구 뒤쪽에 3군데가 영업 중이다. 한때 7~8곳까지 양꼬치집이 생겼다 모두 정리됐다. 역사는 2년 정도로 짧지만 이곳을 평정한 양꼬치 가게들은 서울대생 사이에 맛집으로 유명하다. 모텔이 밀집된 지역 안쪽까지 들어가야 한다는 점이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양꼬치 맛이 이를 보상한다.

'성민양꼬치'가 주변에서 손꼽히는 명소. 하얼빈에서 온 남매가 운영한다. 양꼬치 10개 7000원. 양갈비 1만2000원. 양꼬치는 다른 곳에 비해 지방이 있어 쫄깃하고 육즙이 진한 편. 양꼬치와 찰떡궁합인 옥수수 온면 대신 자체개발한 해물탕면을 내놓는다. 희뿌연 국물이 걸쭉하고 청양고추를 듬뿍 넣어 은근하게 매운맛이 우러나온다. 4000원.

뭔가 부족하다면 …

양꼬치와 곁들여 먹는 음식 양꼬치는 조금 느끼하다. 그래서 대부분은 맥주와 함께 먹는다. 또 양꼬치는 생각보다 양이 많지 않아 한 끼 식사로 먹기에도 조금 부족하다. 그래서 양꼬치는 일품보다 다른 음식들과 곁들여 먹는다. 어울리는 음식은 궈바로우와 옥수수 온면이 대표적이다.

궈바로우

메뉴에는 '탕수육'이라고 적혀 있다. 하지만 중국요릿집에서 먹는 탕수육과는 다르다. 돼지고기를 넓적하게 펴서 찹쌀을 입힌 뒤 튀기고 식초·설탕 등으로 만든 새콤달콤한 소스를 뿌린다. 쫄깃쫄깃하고 신맛이 강해 양꼬치와 먹기 딱 좋다. 대부분의 양꼬치 가게에서 판다. 8000~1만2000원.

옥수수 온면

양꼬치와 함께 먹는 대표적 요리다. 육수에 옥수수 전분으로 만든 국수를 넣는 점이 특이하다. 청양고추를 섞은 다대기와 각종 채소를 넣는다. 옥수수국수는 면발이 꽤 쫄깃하고 고소하다. 양도 많아 그릇 하나를 비우면 속이 꽉 찬다. 4000~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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