츨처: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0/07/16/2010071601342.html
세계 최초 먼지봉투 없는 청소기 개발… 기사 작위 받아
다이슨사(社) 주차장. 바닥에 JD라고 쓰인 자리에 회색 페라리 한 대가 서 있다. 63세인 제임스 다이슨은 이 스포츠카를 몰고 출퇴근한다.
그는 1947년 영국 노퍽(Norfolk)에서 중산층 가정의 막내로 태어났다. 9세 때 교사인 아버지를 암으로 잃은 건 큰 충격이었다. 그는 자서전에서 "주변엔 나처럼 아버지 없는 아이가 없었다. 그래서 뭐든 또래와 다르게 생각하기 시작했다"고 썼다. 그는 16세 때 교내 오케스트라에서 가장 어렵고, 아무도 배우려 하지 않았던 바순을 선택하기도 했다.
그는 영국왕립예술대학(RCA)을 졸업하고 한 엔지니어링 회사에 취직했다. 차량 운반선인 시트럭(Sea Truck)이란 배를 디자인했고, 이집트·리비아 등 전 세계를 다니며 직접 배를 팔았다. 하지만 회사 차까지 주는 그 자리를 4년 만에 박차고 나왔다. "바퀴 이래 가장 멋진 발명품이라는 찬사를 듣는 물건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그는 혼자서 볼베로(Ballbarrow)라는 정원용 수레를 만들었다. 당시 정원용 수레는 폭이 좁은 바퀴를 썼기 때문에 땅에 깊은 홈을 남겼다. 넘어지는 것도 다반사였다. 이 문제를 고민하던 다이슨은 플라스틱으로 된 공을 바퀴로 하고 여기에 물을 채워 안정감을 더하는 제품을 만들었고 디자인상을 받았다.
- ▲ 다이슨이 만든 정원용 수레 볼베로. /다이슨 제공
그는 다른 투자자들과 동업해 볼베로를 본격 생산하기 위한 회사(커크-다이슨·Kirk-Dyson)를 차렸다. 제품은 시장 점유율 70%를 기록했지만, 한 미국 기업이 똑같은 제품을 베껴 만들기 시작하면서 사세가 기울기 시작했다.
그가 먼지봉투 없는 청소기 아이디어를 생각해 내고 회사에 제안한 것은 그 무렵(1979년)이었다. 하지만 동업자들은 "하지만, 제임스…. 그런 아이디어가 있다면 후버(미국 청소기회사)가 개발했겠죠"라며 거부했다. 결국 그해 동업자들과 불화로 자신이 만든 회사에서 쫓겨난다. 미국의 스티브 잡스와 판박이다. 다이슨이 지금도 가장 싫어하는 말은 "하지만, 제임스…"다.
1979년 그는 마차 보관소로 쓰이던 집 뒤 낡은 창고로 들어가 혼자서 진공청소기 프로토타입(떠오르는 아이디어를 보고 만질 수 있는 형태로 만들어 보는 것·시제품보다 더 원초적이며 미완성 형태이다)을 만들기 시작한다. 첫 프로토타입은 시리얼 상자와 테이프로 만든 엉성한 형태였고, 이후 5년간 5127개의 프로토타입을 만들었다. 생활비는 아내가 미술 교실에서 강사를 하고 잡지에 그림을 팔아서 댔다.
제품 개발에 성공했지만, 역경은 계속됐다. 대기업들은 그의 제품 생산을 거절하는 한편, 싼값에 특허를 가져가기 위한 방해 공작을 벌였다. 결국 1985년 한 일본 회사에 제품당 로열티 10% 지급 조건으로 특허를 팔아 '지포스(G-Force)' 청소기가 일본에 팔리기 시작했다. 다시 7년간 개발에 매달려 1992년에는 업그레이드된 청소기로 지금의 '다이슨'사를 세웠다.
"자기 본능을 믿어라. 전문가를 믿지 마라"는 그의 신념은 이런 경험이 쌓인 결과다. 다이슨 청소기의 먼지통은 투명하다. 당시 마케팅 전문가들은 "더러운 먼지통을 보는 일은 불쾌하며 제품 판매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력 반대했다. 하지만 다이슨은 "직접 눈으로 성능을 보게 해야 한다"고 밀어붙였다. 그는 영국 제조업에 만연한 '할 수 없다(can't do)'는 문화를 바로잡기 위한 활동도 활발히 하고 있다. 2002년 재단을 세워 젊은 산업 디자이너들에게 '제임스 다이슨 어워드'를 수여하고 있으며, 2011년에는 영국 바스(Bath)에 디자인 학교를 설립할 계획이다. 노동당 정책 자문을 거쳐 현 총리인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보수당)의 자문을 맡고 있다. 올 3월에는 캐머런 당시 보수당 당수의 부탁으로 '영국을 유럽의 하이테크 수출국으로 만들자'는 제목의 60쪽 짜리 보고서를 만들었다. 런던 디자인 박물관장(1999~2004), 런던 디자인 협회 회장(2007)을 지냈으며, 2007년 대영제국 기사 작위를 받았다.
박수찬 기자 sooch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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