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 입력 2009.11.19 08:03 | 수정 2009.11.19 10:16
美 수출차엔 기본장착-국내선 대부분 옵션化
업체들 "마케팅 전략 차이일 뿐"
(서울=연합뉴스) 안승섭 기자 = 지난달 국산 중형차를 예약했던 회사원 서모(37) 씨는 최근 도요타 캠리를 사기로 마음을 바꿨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국내에서 파는 캠리가 미국에서 파는 차와 사양이 똑같다는 점도 마음이 끌렸죠. 에어백이 7개나 기본 사양으로 달렸다는데 국내의 국산 차 중에서는 그런 차가 거의 없잖아요"
업체들 "마케팅 전략 차이일 뿐"
(서울=연합뉴스) 안승섭 기자 = 지난달 국산 중형차를 예약했던 회사원 서모(37) 씨는 최근 도요타 캠리를 사기로 마음을 바꿨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국내에서 파는 캠리가 미국에서 파는 차와 사양이 똑같다는 점도 마음이 끌렸죠. 에어백이 7개나 기본 사양으로 달렸다는데 국내의 국산 차 중에서는 그런 차가 거의 없잖아요"
도요타가 들여오는 캠리는 미국에서 판매하는 캠리와 사양이 거의 같다. 충격 강도와 탑승자 몸무게, 키 등을 모두 고려해 터져주는 `어드밴스드 에어백'이 7개나 달려 있다. 판매가격도 자동차세를 고려하면 미국시장 가격과 차이가 크지 않다.
그렇다면, 의문이 하나 생긴다.
국내 자동차업체들은 왜 미국시장에서 파는 차량처럼 안전장치가 강화된 차를 팔지 않는 것일까.
국내 자동차업체들은 "국내에서는 소비자들의 가격 부담을 고려해 옵션으로 설정했다. 지역별로 소비자들의 취향에 맞는 마케팅 정책을 편다"고 말했다.
과연 국내 자동차업체들은 미국과 국내에서 어떻게 차별화된 마케팅 정책을 펴고 있을까.
◇ 美 안전장치 집중..편의장치는 소비자에 선택권
타이어 공기압 경보장치(TPMS)는 차량 주행 때 타이어의 바람이 빠지면 운전자에게 경고해 주는 장치다. 특히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필수적인 안전장치로 여겨진다.
보험개발원 자동차기술연구소의 김관희 선임연구원은 "SUV는 승용차보다 차량이 높아서 상대적으로 전복될 위험이 크다. 따라서 SUV의 안전성을 위해서는 TPMS 장착이 필수적이다"고 말했다.
미국으로 수출되는 싼타페(휘발유 차량)는 TPMS가 기본 사양이다. 가장 낮은 모델의 가격은 할인 혜택을 적용하면 2만995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하고 자동차세를 붙여도 가격은 3천만원 가량에 불과하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TPMS가 장착된 싼타페 휘발유 차량의 가격은 할인 혜택을 적용해 3천204만원이다. 여기에 사이드ㆍ커튼 에어백 옵션을 달면 값은 3천277만 원으로 뛰어오른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싼타페가 내수용(2천400cc)보다 배기량이 훨씬 큰 2천700cc라는 것을 고려하면 이해가 잘 안 된다. 물류비가 들고 현지 마케팅 비용이 들어갈 텐데 가격은 300만원 가까이 더 싸다.
비결은 뭘까. 바로 `안전' 문제에 집중하는 대신 다른 부분에서는 소비자의 선택권을 최대한 넓힌 옵션 정책에 있다.
미국 싼타페는 6개의 에어백과 차량자세제어장치(ESC), TPMS 등의 안전장치를 기본으로 장착한 대신 에어컨, 오디오 시스템, 파워 사이드미러 등 소비자에게 꼭 필요한 품목만을 달았다.
그 밖의 편의장치는 7개의 옵션 패키지와 14개에 달하는 개별 옵션으로 제공해 소비자들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편의장치보다는 안전에 초점을 맞춘 옵션 정책이다. 풀 옵션을 선택하면 공식가격이 내수용보다 더 비싸다.
◇ 국내선 고급형만 `첨단 안전장치' 가능
그렇다면, 국내의 옵션 정책은 어떠할까.
국내서 파는 휘발유 싼타페는 `딜럭스', `럭셔리', `프리미어', `프리미엄' 등 4가지 등급으로 나뉜다. 이중 TPMS가 기본 장착되는 것은 가장 고급형인 `프리미엄' 등급뿐이다. 나머지는 TPMS가 옵션으로도 제공되지 않아 TPMS를 장착하려면 울며 겨자 먹기로 프리미엄 등급을 사야 한다.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로부터 `가장 안전한 차량'으로 뽑힌 기아차의 `쏘울'은 더 심하다.
미국으로 수출되는 쏘울에는 TPMS와 함께 차가 미끄러지거나 전복될 위험이 있을 때 이를 자동으로 막아주는 ESC가 기본으로 장착된다. 사이드 에어백은 물론 기본이다.
반면 국내에서 판매되는 쏘울에는 TPMS가 옵션으로도 제공되지 않는다. ESC와 사이드ㆍ커튼 에어백은 낮은 등급인 `U' 등급에서는 옵션이 없다. 이를 달려면 어쩔 수 없이 더 비싼 `2U' 등급 이상을 사야 한다.
GM대우에서 파는 `라세티 프리미어'와 `윈스톰'도 낮은 등급에서는 사이드ㆍ커튼 에어백을 옵션으로도 장착할 수 없다.
안전장치를 고급형에서만 판매하는 `옵션 끼워팔기' 행태에 대해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재 방침을 밝힌 바 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이에 대해 "미국은 우리나라보다 자동차 안전장치 기준이 훨씬 강력한데다 소비자들도 안전한 차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우리나라에는 안전사양을 원하지 않는 고객들이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생각은 이와는 사뭇 다르다.
자녀 2명을 둔 이모(35) 씨는 "애초 소형차를 사려고 했는데 6개의 에어백을 모두 달 수 있고 안전장치가 좋은 차량을 고르다 보니 중고라도 중형차를 살 수밖에 없었다. 자녀가 있는 부모라면 대부분 안전을 가장 우선한다"고 말했다.
회사원 김영권(38) 씨는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안전사양을 원하지 않는 게 안전사양이 비싼 모델에만 제공돼 어쩔 수 없이 못 사는 것 아니냐. 자동차업체들이 비싼 모델을 사게 하려고 일부러 그러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ssah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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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의문이 하나 생긴다.
국내 자동차업체들은 왜 미국시장에서 파는 차량처럼 안전장치가 강화된 차를 팔지 않는 것일까.
국내 자동차업체들은 "국내에서는 소비자들의 가격 부담을 고려해 옵션으로 설정했다. 지역별로 소비자들의 취향에 맞는 마케팅 정책을 편다"고 말했다.
과연 국내 자동차업체들은 미국과 국내에서 어떻게 차별화된 마케팅 정책을 펴고 있을까.
◇ 美 안전장치 집중..편의장치는 소비자에 선택권
타이어 공기압 경보장치(TPMS)는 차량 주행 때 타이어의 바람이 빠지면 운전자에게 경고해 주는 장치다. 특히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필수적인 안전장치로 여겨진다.
보험개발원 자동차기술연구소의 김관희 선임연구원은 "SUV는 승용차보다 차량이 높아서 상대적으로 전복될 위험이 크다. 따라서 SUV의 안전성을 위해서는 TPMS 장착이 필수적이다"고 말했다.
미국으로 수출되는 싼타페(휘발유 차량)는 TPMS가 기본 사양이다. 가장 낮은 모델의 가격은 할인 혜택을 적용하면 2만995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하고 자동차세를 붙여도 가격은 3천만원 가량에 불과하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TPMS가 장착된 싼타페 휘발유 차량의 가격은 할인 혜택을 적용해 3천204만원이다. 여기에 사이드ㆍ커튼 에어백 옵션을 달면 값은 3천277만 원으로 뛰어오른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싼타페가 내수용(2천400cc)보다 배기량이 훨씬 큰 2천700cc라는 것을 고려하면 이해가 잘 안 된다. 물류비가 들고 현지 마케팅 비용이 들어갈 텐데 가격은 300만원 가까이 더 싸다.
비결은 뭘까. 바로 `안전' 문제에 집중하는 대신 다른 부분에서는 소비자의 선택권을 최대한 넓힌 옵션 정책에 있다.
미국 싼타페는 6개의 에어백과 차량자세제어장치(ESC), TPMS 등의 안전장치를 기본으로 장착한 대신 에어컨, 오디오 시스템, 파워 사이드미러 등 소비자에게 꼭 필요한 품목만을 달았다.
그 밖의 편의장치는 7개의 옵션 패키지와 14개에 달하는 개별 옵션으로 제공해 소비자들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편의장치보다는 안전에 초점을 맞춘 옵션 정책이다. 풀 옵션을 선택하면 공식가격이 내수용보다 더 비싸다.
◇ 국내선 고급형만 `첨단 안전장치' 가능
그렇다면, 국내의 옵션 정책은 어떠할까.
국내서 파는 휘발유 싼타페는 `딜럭스', `럭셔리', `프리미어', `프리미엄' 등 4가지 등급으로 나뉜다. 이중 TPMS가 기본 장착되는 것은 가장 고급형인 `프리미엄' 등급뿐이다. 나머지는 TPMS가 옵션으로도 제공되지 않아 TPMS를 장착하려면 울며 겨자 먹기로 프리미엄 등급을 사야 한다.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로부터 `가장 안전한 차량'으로 뽑힌 기아차의 `쏘울'은 더 심하다.
미국으로 수출되는 쏘울에는 TPMS와 함께 차가 미끄러지거나 전복될 위험이 있을 때 이를 자동으로 막아주는 ESC가 기본으로 장착된다. 사이드 에어백은 물론 기본이다.
반면 국내에서 판매되는 쏘울에는 TPMS가 옵션으로도 제공되지 않는다. ESC와 사이드ㆍ커튼 에어백은 낮은 등급인 `U' 등급에서는 옵션이 없다. 이를 달려면 어쩔 수 없이 더 비싼 `2U' 등급 이상을 사야 한다.
GM대우에서 파는 `라세티 프리미어'와 `윈스톰'도 낮은 등급에서는 사이드ㆍ커튼 에어백을 옵션으로도 장착할 수 없다.
안전장치를 고급형에서만 판매하는 `옵션 끼워팔기' 행태에 대해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재 방침을 밝힌 바 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이에 대해 "미국은 우리나라보다 자동차 안전장치 기준이 훨씬 강력한데다 소비자들도 안전한 차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우리나라에는 안전사양을 원하지 않는 고객들이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생각은 이와는 사뭇 다르다.
자녀 2명을 둔 이모(35) 씨는 "애초 소형차를 사려고 했는데 6개의 에어백을 모두 달 수 있고 안전장치가 좋은 차량을 고르다 보니 중고라도 중형차를 살 수밖에 없었다. 자녀가 있는 부모라면 대부분 안전을 가장 우선한다"고 말했다.
회사원 김영권(38) 씨는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안전사양을 원하지 않는 게 안전사양이 비싼 모델에만 제공돼 어쩔 수 없이 못 사는 것 아니냐. 자동차업체들이 비싼 모델을 사게 하려고 일부러 그러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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