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갑자기 느려진 내 컴퓨터… 왜?
출처: http://media.daum.net/digital/view.html?cateid=1048&newsid=20101102141552465&p=nocut
노컷뉴스 | 입력 2010.11.02 14:15 |
#1. 직장인 김모씨는 단골 PC방에서 파일공유 사이트 쿠폰을 서비스로 받았다. 공짜라는 기쁨에 파일공유 사이트에 쿠폰 일련번호를 입력하고 자신이 원하는 파일을 무료로 다운을 받았다. 하지만 이후부터 구입한 자신의 PC가 이유없이 느려져 PC제조업체에 AS를 요청했다.
#2. 중소기업 A사는 협력사로부터 제공받은 파일공유 사이트 쿠폰을 사원들에게 나눠줬다. 하지만 이후부터 사내 네트워크가 끊기는 현상이 빈번하게 발생했다. 방화벽과 백신을 통해 꼼꼼하게 사내망을 관리했던 A사였기에 내부적으로 문제 해결방법을 쉽게 찾을 수 없었다.
파일공유 사이트의 공짜 다운로드 쿠폰이 넘쳐나고 있다. 하지만 무심코 사용했다간 이용자가 모르는 사이 컴퓨터에 무리가 갈 수 있다. 파일공유 업체에서 개인 이용자들의 PC자원을 활용해 파일을 전송하고 있기 때문이다.
◇ 사방천지에 널린 무료 쿠폰
'무료 다운로드 20회 쿠폰' '다운로드 이용권 60GB'
이같은 무료 다운로드 이용권들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쇼핑몰 물품 배송시나 치킨·피자 배달에도 쿠폰이 동봉돼 오는 경우도 많다. PC방은 물론 편의점과 대형 커피체인점, 심지어 음식점에서도 수백장씩 비치돼 누구나 마음대로 가져갈 수 있다.
사용법도 간단하다. 해당 사이트에서 회원가입을 한 뒤 쿠폰에 쓰인 번호만 입력하면 누구나 원하는 파일을 다운받을 수 있다.
이 쿠폰들은 구하기가 쉽고 사용하기 간단하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다.
인터넷카페나 개인블로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쿠폰을 많이 챙겨왔다. 필요하면 말해달라"는 선심성 글이 수없이 올라온다.
◇ 내 PC 자원 활용… 이용시 조심해야
하지만 IT전문가들은 "무료 다운로드 쿠폰 이용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경고한다. 원하는 파일을 다운받기 위해선 공유 사이트 업체의 소프트웨어를 설치해야 하는데, 이 소프트웨어가 개인 컴퓨터의 CPU 성능과 인터넷 속도를 잡아먹어 컴퓨터 속도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공유 사이트 서버에서만 파일이 전송되는 게 아니라, 내 의지와 관계없이 다른 개인PC와 파일을 주고받는 '공유'를 하게 된다는 얘기다.
이같은 전송방식을 흔히 '그리드 딜리버리'라고 한다. '그리드 컴퓨팅', '분산 컴퓨팅'이라고도 하는데 수많은 컴퓨터를 하나로 묶어 같은 작업을 공동으로 수행하는 것이다. 1대의 컴퓨터를 이용하는 것보다 연산처리 능력과 회선 속도가 향상되기 때문에 슈퍼컴퓨터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최근 무료 쿠폰을 남발하고 있는 파일공유 업체들은 '그리드 딜리버리'의 애초 취지를 무색케 한다. 자신들의 비용을 줄이기 위해 개인 사용자의 컴퓨터의 자원을 이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리드 딜리버리를 이용하면 업체의 데이터 사용량이 줄어 통신회사에 지불할 비용과 서버 유지보수 비용이 줄어든다.
그리드 딜리버리는 이미 수년전부터 논란이 됐다. 다음 등 대형 포털과 판도라TV 같은 UCC 제공 업체에서 이 기술을 사용해 문제가 된 적도 있다. 이용자에게 상세히 전송방식을 알리지 않은 채 개인 컴퓨터 자원을 활용했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일부 회사는 이 기술 대신 다른 기술을 사용하기로 정책을 바꾸기도 했다.
◇ 허술한 설치약관… 프로그램 꺼도 실행돼
파일공유 사이트들도 할 말은 있다. 그리드 딜리버리를 활용해 업체의 비용을 아끼는만큼 더 저렴한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한다는 논리다. 또 공유 프로그램 설치약관에 미리 공지하고 프로세스를 가동시키고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적용시간과 용량을 구체적으로 명기한 곳은 전무하다. 대부분 '회원 PC의 저장공간이나 리소스를 활용해 다른 이용자에게 데이터를 중계 전송하는 기술을 적용할 수 있다. (회원은) 이에 동의한다.'는 내용만 있을뿐 개인 PC의 자원을 언제 얼마나 가져가는지 알 수는 없다.
이마저도 약관에 동의를 해야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이용자들은 반강제적으로 '동의' 버튼을 누를 수밖에 없다.
또 일부 공유 프로그램에선 해당 프로그램을 종료시켜도 그리드 딜리버리 시스템은 종료되지 않는다. 다운로드 프로그램을 끄면 PC화면에서는 나타나지 않지만 그리드 딜리버리 시스템은 PC에 상주한 채 개인PC의 자원을 지속적으로 사용한다.
심지어 컴퓨터 시작과 동시에 자동적으로 실행되는 현상도 확인된다. 이 역시 사용자가 일일이 확인하지 않으면 알 수 없다.
◇ 일부 네티즌, 손수 제거프로그램 제작도
결국 참다 못한 네티즌들이 직접 나섰다. 개인 블로그나 SNS 등을 통해 이 기술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네티즌들이 늘었다.
어떤 이들은 직접 '그리드 딜리버리 제거 프로그램'을 만들어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다.
한 네티즌은 "내 컴퓨터의 하드웨어와 인터넷 회선을 이용해 파일이 전송되는 줄은 정말 몰랐다"며 "공짜로 원하는 파일을 다운받을 수 있어서 자주 이용했는데 완전 사기 당한 기분"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다른 네티즌은 "무료 다운로드 쿠폰으로 영화를 다운받다 보니 컴퓨터가 너무 느려져서 이상하게 생각했다"며 "몇백원 아끼려다 몇백만원짜리 컴퓨터가 망가지는 것 같다, 업체상술에 완전히 놀아난 꼴"이라고 한탄했다.
충북일보 김지훈 기자/ 노컷뉴스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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