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을 그만두고 꽃과 정원 일을 배우며 진정한 행복을 찾았다. 왼쪽부터 수강생 이유정(28)·김은주(28)씨, 강사 허윤경(34)·김효림(30)씨. 촬영협조 까사스쿨 02)3442-1504~5, 옥사나가든 02)798-6787, 양재동 화훼공판장 02)579-8100 www.orea.co.kr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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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준다. 그러나 또 많은 것을 놓치기도 한다. 진정으로 배워야 할 삶의 지혜들은 교과서 밖에 있을 때가 많다. 학교가 가르쳐 주지 않은 것들 중에서 가장 아쉽고 안타까운 건, 봄을 맞이하는 자세다. 봄은 앞마당으로 손님처럼 온다. 봄은 뒤뜰에 도둑처럼 온다. 눈 깜빡할 사이 화르르 피었다가 눈 깜빡할 사이 스르르 진다. 마당도 뜰도 없는 집에도 봄은 온다. 그 봄을 키워내는 법을 가르쳐주는 ‘가드닝스쿨’에 다녀왔다.
글=이진주 기자,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잃어버린 정원 되찾을 수 없을까
뉴요커를 구분하는 법에 대한 오래된 농담이 있다. “센트럴파크가 자연이냐?”고 물었을 때 “저 까짓 게 무슨 자연이냐?”고 반문하는 이들은 필시 산 높고 들 넓은 곳에서 온 이방인들이란다. ‘토박이’ 뉴요커에게 센트럴파크는 유일무이한, 거의 절대적인 의미의 ‘자연’이기 때문이다.
2010년 서울, 마침내 흙 파고 삽질하는 방법까지 배워야 하는 시절이 왔다. 아파트에서 나고 자라 아파트에서 세상을 떠나는 신인류가 늘어나서다. 운동장을 제외하곤 흙다운 흙을 본 적이 거의 없는 이들이다.
바로 이 사람들을 위한 학교가 등장했다. 꽃다발 포장에 제인 패커(영국식), 카트린 뮐러(프랑스식) 스타일을 유행시킨 서울 서초동 ‘까사스쿨’에서다.
흙의 종류부터 식물의 이름과 성격, 꽃삽을 다루고 전정가위를 쥐는 법, 유리 화기에 수경식물을 기르는 법, 실내정원을 만드는 ‘컨테이너 가드닝’까지 가드닝의 모든 것을 가르친다. 급격한 산업화 이후 정원을 잃어버린 사람들에게 정원 문화를 돌려주기 위해서란다. 주위에 아파트가 많으니 본격적인 ‘삽질’보다는 아무래도 실내정원 가꾸는 법에 가깝다.
거실에 작은 꽃밭, 컨테이너 가드닝
컨테이너 가드닝이란 용기(컨테이너)에 가꾸는 실내 정원을 뜻한다. 길이 1m 내외의 화분이나 나무로 된 사과상자에도 정원을 꾸밀 수 있다. 색깔이나 특징에 따라 식물의 구성요소를 달리하면 스타일링 감각을 뽐내기 좋다.
배춧잎사귀에 장미가 피었다. 프리뮬라다. 긴 도기 한편에 몰아 심고 여백을 남겨두면 더 멋스럽다.
가장 쉬운 건 같은 종류의 꽃을 무더기로 심는 거다. 윤기가 흐르는 정사각형의 검은색 도기 화분에 노란색 미니장미 모종을 옮겨심으면 집안에 로즈가든을 들여놓을 수 있다. 가로세로 30㎝ 화분에 미니장미 10뿌리 정도가 들어간다.
분홍·보라의 히아신스 등 색감이 화려한 알뿌리 꽃은 점점이 색깔이 진해지거나 옅어지는 방향으로 규칙성 있게 심어두면 보기 좋다. 꽃 색깔과 톤을 맞춘 직사각형 화분을 이용한다. 화분 한편을 비워 여백의 미를 두면 더 멋스럽다.
아이비나 허브처럼 푸른 식물도 손쉽게 정원 느낌을 낼 수 있다. 여러 종류를 섞어 심어도 초록색이 어우러져 튀지 않는다. 작은 인형이나 픽(식물 이름 등을 적어 꽂아두는 나무·금속 막대기)을 꽂아두면 책상 위가 근사한 정원으로 변한다.
대기업 그만두고 ‘꽃집 아가씨’ 된 그녀
헤르만 헤세는 『정원 일의 즐거움』에서 정원을 가꾸는 노년의 즐거움을 고백한다. 이 책에서 헤세는 노벨문학상을 받은 대문호처럼 거드름을 피우지 않는다. 그저 돌에 붙은 도마뱀을 발견하며 기뻐하고, 평생을 함께한 주머니칼을 잃어버린 뒤 전전긍긍하는 ‘귀여운’ 할아버지다. 자연이 좋은 건 이렇게 ‘스스로 그러한’ 인간의 어떤 상태를 드러낼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산뜻한 색감의 영국산 전정가위, 꽃삽 세트 각 7만 7000원. 옥사나가든
까사스쿨 수강생 김은주(28·여)씨는 첫눈에도 ‘손에 물 한 방울, 흙 한 번 묻히지 않았을’ 것 같은 사람이다. 그런 그가 대기업 마케팅 업무를 그만 두고 ‘꽃집 아가씨’가 되겠다고 나섰을 때 주위에선 모두 말렸다. 그러나 그는 꿋꿋했다. “꽃일이란 게 보기에는 예뻐도 사실은 ‘노가다’에 가깝다”는 충고에도 뜻을 굽히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 편이 더 행복했기 때문이다.
숨 막히는 경쟁 속에서 답답해질 때마다 꽃을 봤다. 문화센터 꽃꽂이 강의도 들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꽃에 대한 마음이 심심풀이가 아니란 걸 알았다. 꽃에서 시작한 마음은 모든 뿌리내린 것에 대한 사랑으로 커져 갔다.
이제는 그 흔한 네일케어도 마음대로 받지 못한다. 식물을 사랑한다는 건 꽃만 즐긴다는 것이 아니라 그 식물이 뿌리내렸던 흙을 만진다는 뜻이기도 했다. 축축한 흙냄새, 잎을 매만지던 공기까지 느끼려면 곱게 물감 들인 손으론 불가능하다.
헤세는 아들 마르틴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렇게 말한다. “식물을 가꾸고 좋은 정원을 만드는 일은 쉽지 않단다. 한 나라를 다스리는 일과 마찬가지로 어렵지. 불완전한 것까지도 사랑하려고 결심하지 않으면 안 돼.”
이렇게 어렵다는 정원 일을 배우는 비용은 16주에 160만원. 꽃을 꺾어 포장하는 법을 배우는 다른 전문가 과정들은 50~60회에 600만~1000만원 선이다. 한때 우리가 정원을 잃어버렸던 대가다. 4월 개강 예정.
알아서 잘 자라는 이 녀석들부터 입양하세요
손에 흙 묻힐 각오가 된 가드닝 초보자라면 인터넷 용어로 ‘다육이’와 ‘구근이’로 불리는 선인장과 구근식물 키우기에 도전해 보라. 물을 자주 주지 않아도, 너무 마음 쓰지 않아도 스스로 잘 자라는 건, 모든 뿌리 달린 것들의 속성이다. 아름다운 생명에 값을 매기는 건 미안한 일이지만 도매시장에서 모종 하나에 1000원에서 3000원이면 구할 수 있다. 이처럼 식물을 기르는 건, 생각보다 돈이 드는 일은 아니다. 그저 마음 먹고, 식물 하나를 입양해 보면 될 일이다. 이진주 기자
책상 위의 반려식물‘다육이’
알에서 피는 봄 ‘알뿌리꽃’
초보자도 에버그린‘허브’
한 송이 값으로 화분 하나 ‘미니장미와 풀꽃’
양재동 화훼공판장에는 아기별꽃·제비꽃·매발톱꽃 같은 사랑스럽고 신기한 이름의 야생화도 많다. 분홍색이나 보라색 도기에 옮겨 심어 나란히 늘어놓거나 넓적한 화분에 여러 종을 섞어 심으면, 일부러 스타일링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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